어른이 옥체관리 일기 : 기립성 저혈압 때문? 갑자기 어지러워 실신
뒤늦게 제 꿈을 이뤘습니다. 핑 돌며 어지러워져 쓰러지는 여리여리한 여자 주인공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거든요. 특히 체육시간에...
몸 약해서 체육 빠지고 앉아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어요. 슬프게도 저는 중고등학교때 아파서 조퇴를 해 본 적도 없고, 체육시간에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골골대지만, 빠질 정도로 확 아프질 않았어요. ㅠㅠ
주말에 늦잠 자고 눈을 떠서, 자리에 누운 채 스마트폰 만지작대며 뒹굴 거렸습니다.
그러다 배웅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순간 핑 돌며 현기증이 났습니다. 저는 분명히 문 기둥을 짚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바닥에 있었습니다. 분명히 좀 전에 제가 어지러워서 문간을 잡은 기억이 있는데 바닥에 있는 중간 기억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쓰러지면서 얼굴이 부딪혔는지 오른쪽 눈이 화끈화끈하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딜 부딪혔는지 오른쪽 눈과 광대는 아프고, 잠깐 사이 기억이 없다는 것이 공포스러웠습니다.
좀 더 무서운 것은 제가 쓰러지는 순간 가족이 잡아 줬대요.
제가 문 옆에 서 있더니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풀썩 쓰러져서 재빨리 붙잡았다고 합니다.
제 기억에는 분명 문간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짚기 전에 쓰러졌나봐요.
더 무서운 건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붙잡아 줬기 때문에 어디 부딪힌 곳이 없대요. 그런데 왜 얼굴이 부딪혔다며 눈이 아프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더 놀란 눈치였습니다. 저는 기억이 없어서 공포스러운 거고, 갑자기 쓰러지는 꼴을 본 가족은 더 놀란 것 같습니다.
여리여리하게 픽 쓰러지는 꿈을 이루었으나, 이런 꿈은 이뤄져도 별로 기쁘지 않네요. 10대 소녀 시절 꿈이 20년 후에 이뤄져서 그런가봐요..... (난 그 때 쓰러지고 싶었다고....)
의심되는 여러 원인
먼저 주위에서 의심한 것은 뇌출혈, 뇌 질환 같은 것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뇌에 뭔가 이상이 생겨서 그런 것 아니냐고...
저도 공포스러워서 대학병원의 실신 이유와 논문을 찾아보니 (의사선생님들이 늘 그러시듯) 실신이란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여성 60%가 사춘기 때 쓰러져 본대요. 4~50대가 되어서 처음 쓰러지는 사람이 10%, 노인이 되어서 쓰러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2~30% 된다고 합니다.
환자는 놀라서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은 대부분의 경우 이거 별거 아니라는 듯 대응하시듯이 실신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담담히 취급되고 있었습니다. 실신 이유가 굉장히 많은데, 안 먹던 약이나 영양제 때문에 어지러워서 쓰러질 수도 있고, 신경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심장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혈압의 문제일 수도 있대요. 평소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의 경우, 일시적으로 뇌에 가는 피의 양이 줄어서 픽 쓰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저혈압인 사람의 경우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머리로 가는 피 또는 산소가 부족해서 일어서는 순간 핑 돌면서 어지러워서 쓰러질 수 있다고 하고요.
쓰러지는 경우 놀라서 병원으로 가지만, 본인은 기억이 없고, 그것을 지켜본 가족도 놀라서 제대로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가 상당히 힘들대요.
실신의 이유를 찾는 것보다, 혹시 쓰러지는 경우 머리를 부딪혀 다칠 수 있으니 어지럽다 싶으면 머리를 감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퍽 쓰러지지 않고 쪼그려 앉듯 주저 앉는 방식으로 쓰러지는 것도 좋대요. 갑자기 핑 돌고 순식간에 쓰러지는 가운데 '머리를 보호해야 돼'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권장사항은 실신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실신보다 실신으로 인해 머리를 부딪혀 2차 손상이 오는 것이 더 문제이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혹시 자주 쓰러지는 경우, 일기를 써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최신 장비를 동원해 검사를 한다고 해도 실신 원인을 찾기 힘들 수 있대요. 그러니 어떨 때 내가 쓰러졌다는 상황에 대해 꼼꼼히 기록해 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생리 전에 쓰러졌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쓰러졌다, 뜨거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등등.
기립성 저혈압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니, 제 경우는 혈압이 다소 낮은 것이 가장 의심스러웠습니다. 평소에는 정상혈압 중 최저치 (정상혈압 범위이긴 하나 저혈압과 경계선)이 나오고, 컨디션 안 좋으면 혈압 낮게 나오거든요.
저혈압 기준으로 갑자기 핑 돌아서 쓰러지는 상황을 찾아 보았습니다.
1. 겨울에 뜨거운 바닥에 누워 있을 때
겨울에 뜨거운 장판에 오래 누워 있으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 자리에 누워 있다가 일어났을 때 핑 돌며 쓰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면 다시 몸을 낮추면 금방 괜찮아 진다고 합니다. 누워 있다 일어날 때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다가 일어나거나 다리를 움직여서 뇌로 피가 갈 수 있게 해 준 뒤에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2. 여름에 땡볕에 노출될 때
겨울에는 바닥이 뜨거운데, 여름에는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되며 뇌로 가는 혈액과 산소가 부족해 쓰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직사광선에 오래 있는 것은 저혈압 뿐 아니라 누구나 일사병으로 실신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3. 갑자기 일어날 때
날씨, 온도와 상관없이 노화에 의해 조절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자세를 바꿀 때 혈압, 산소 등의 조절이 원활하지만, 나이가 들며 그런 능력이 떨어지면 확확 자세가 바뀌는 것에 바로 바로 대응하지 못해서 갑자기 일어날 때 갑자기 혈액과 산소를 보내주지 못해 핑 돌며 어지럽고 쓰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의식적으로 천천히 일어나거나, 누웠다가 바로 일어나지 말고 누웠다가 잠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등의 중간 단계를 넣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저혈압이 쓰러지는 중요한 포인트는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하거나,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한 것이라고 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되는 경우, 병원에 가서 기립경 검사라고 각도에 따라 혈압을 측정해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괜찮아서 병원에 가지는 않았으나, 혹시 또 그럴까봐 자리에서 일어날 때 확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점점 알게 되는 의학정보가 많아지는데, 촘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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