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게임 첫 주
2016년 미니멀리즘에 폭 빠진 뒤, 미니멀리즘 관련 책들을 읽다가 비우기 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1개씩 물건을 내보내거나, 날짜 수에 맞춰 정리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15일이면 15개를 버리거나 정리하는 것 입니다. 물건을 정리할 때 어떤 물건들을 정리했는지 기록해 두면 뿌듯합니다. 물건 한 두 개 줄어든다고 해서 집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옛날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다시 보면, 그 땐 훨씬 더 심란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처음 미니멀리즘 게임을 시작하고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매일 집에 쌓여있던 쓰레기와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니 후련했어요.
1년 반 정도 지나자 슬슬 물건이 다시 쌓이기 시작해 게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다시 집에 물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애 없음. 강아지 고양이 없음. 다 내가 쌓아 놓은 거 ㅠㅠ)
화상회의에 맞춰 화면에 나오는 부분만 치우고 짐들을 바닥에 쌓다보니 엉망이었습니다. 다시 물건들을 내 보낼 때가 되었어요......
01. 오래 써서 낚은 에코백, 고장난 우산
우선은 가볍게 못 쓰게 된 것들부터 추려냈습니다.
02. 자료, 출력물, 서류
중간 중간 버리고도 금세 한 박스가 가득 찼습니다. 자료 욕심에 쟁여둔 것도 있고, 일하면서 받은 자료인데 일 끝나고도 그냥 둔 것도 있고, 오래된 서류들도 있고요. 개인정보가 민감한 서류는 수동세단기에 드륵드륵 갈다가 팔이 아파와 비닐봉지에 넣고 물을 넣어 종이죽을 만들었습니다. 보안자료 취급 업체처럼 특수용액에 담가 처리하진 못하니 물로...
03. 화장품 정리
사용기한 지난 것, 사용기한은 안 지났지만 피부에 안 맞아 안 쓰는 것, 화장품 상자, 샘플 등등을 버렸습니다.
04. 설문지 종이
코딩을 미뤄뒀던 설문지를 코딩하고 버렸습니다. 일을 해치우면 집이 깨끗해 진다는 생각을 하니 없던 의욕이 생겨 좋았습니다.
05. 사은품의 날
이 날은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에코백을 꺼내보니 여기저기서 받은 것만 6개였어요. 사은품 준비가 굉장히 신경 많이 쓰이는 일이고, 받는 저는 별거 아니지만 합치면 금액도 컸을 것이고, 나름 고민해서 디자인을 고르신 덕분에 하나 하나 가방이 예뻤습니다. 그래서 못 버리고 있었는데, 안 쓰면서 쌓아두는 것보다 쓸 사람에게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주 쓰는 것만 남기고 내 놓았습니다.
06. 학회 발표 포스터
요즘은 천에 인쇄해주는데, 업체에서는 "천이라 접어서 해외학회 가지고 나가기도 좋고, 다시 사용하기도 용이하다." 라고 홍보를 했습니다만 다시 쓸 일이 없었습니다. 학위 논문을 정리한 경우 연구가 완성된 것이니 여러 학회에서 몇 번 더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프로시딩 논문의 경우 학회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얻어서 더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시 쓸 일이 없습니다. 처음 만들어 본 학회 포스터라 애착이 있어 보관했으나 학회 발표 초록도 남아있으니 이건 버리기로.
이번 미니멀게임은 매일 매일 꼭 뭔가 비우거나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슬렁슬렁 하고 있습니다. 바쁜 날은 쉬고, 주말은 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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