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비움일기 : 미니멀리즘 게임 참여 첫날, 22일이라 22개 비움
황윤정의 <버리고 비울수록 행복해졌다>를 읽다가 미니멀리즘 게임을 알게 되었다.
미니멀리즘 게임 방법
재미있겠는걸?
1년 반 정도 비우고 정리를 하다보니, 처음처럼 눈에 띄게 개운해지는게 아니라서 약간 답답하던 차였다. 미니멀리스트 게임 사이트(http://www.theminimalists.com/game/)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게임 규칙은 첫날은 1개, 2일째는 2개, 3일째는 3개 이런 식으로 날짜마다 개수를 늘려가며 물건을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팔거나 어떻게든 그 날 12시 전에 집밖으로 치우는 것이다. 황윤정은 좀 더 간편하게 22일에 시작하면 22개, 이렇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고 책에 소개했다. 첫날이니 한 개 보다, 날짜에 맞춰 비우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22일이라 22개를 비우기로 했다.
미니멀리즘 게임 첫날
확실히 게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달랐다. '매일 하나씩 비우자'는 생각보다 실천이 어려웠고, 깜빡하기 일쑤였다. 이건 밤 11시쯤 되었을때 '아, 나 게임해야지~~~~ 아까 뭐뭐 버릴지 생각해 놨어.' 라면서 버릴 것들을 바닥에 주섬주섬 꺼내서 모았다. '하나, 둘, 셋, 넷....' 이러면서 숫자를 서너번도 넘게 셌다. 22개 맞추는게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생각보다 곳곳에 쓰레기가 참 많다는데 놀라기도 했다.
전체 사진은 한 장 찍어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그 날 그 날 버리는 것들에 대한 짧은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려고 꺼낸 옷 6벌이다. 이건 이 날 꺼내놨던 것은 아니고 진희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고르며 옷장 정리를 하며 정리했던 것이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도 택이 그대로 달려있는 새옷을 - 심지어 비쌈 - 몇 년간 안 입고 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정장이고, 정장 입을 일이 있을거라면서 입지 않지만 수년간 곱게 옷장에 모셔둔 것들이다. 말처럼 정장 입을 일이 있기는 한데, 딱 떨어지는 정장은 불편하니 정장 느낌 나는 깔끔한 옷들로 대체하거나 편한 원피스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위의 정장 바지 한 벌은 2번 입었고, 회색 바지는 한번도 안 입었고, 정장 치마도 한 번도 안 입었고, 흰색 자켓은 한 번 입었고, 빨간 자켓은 아직 택도 그대로 있다. 버리기 아까워 한번씩 입어보니 그 사이 체형이 변했는지 언니옷 혹은 엄마옷 빌려 입은듯 어딘가 맞지 않았다. 정장의 생명은 핏(?)이 아닐까 싶은데, 칫수가 딱 맞지 않아 안 예쁘니 안 입은 것도 있었던 것이다. 입고 예뻤다면 벌써 몇 번을 입고 나갔을 것이다. 나중에는 세일한다고 사거나 대충 사지 말고, 정말 몸에 꼭 맞고 예쁜, 그래서 매일 입고 싶은 것들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측의 스웨터도 비싸서 못 버리고 있던 것이다. 비싸서 한 번 입고 드라이크리닝해놓고 무려 7년간 입은 적이 없는데, 비싸게 주고 산게 아까워 계속 모셔놓고 있었다. 다행히 가격 좀 주고 산 것들이라 기꺼운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었다. 기부받는 곳에서 가격을 따지지는 않지만 천원 이천원에도 살 수 있는 것들보다 좋은 것을 내 놓을 때 기꺼이 나눈 것 같아 보여 더 행복한 것 같다.
비우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정리한 곳이 신발장이고, 수시로 정리했던 곳이라 신발장에서는 뭔가 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신발장에서 빈 상자만 4개가 나왔다. 빈상자 4개를 치워버리자, 신발장 위에 얹어 두었던 수납랙도 함께 버릴 수 있게 되었다. 패딩부츠는 작년 겨울에 만원 주고 사서 한 철 잘 신었다. (▶︎ 슈펜 패딩 부츠 후기, 만원의 가치를 보여준 패딩 부츠) 대충 만든 신발인지 고작 몇 개월 만에 뒷면, 밑창 부위 등이 뜯어져서 망설임없이 버릴 수 있다. 샌들은 몇 해 잘 신었으나 신고 다닐때 좀 불편해서 안 신고 두게 되었던 것이다. 올해도 발이 불편하기 때문에 안 신을 것이 뻔해서, 내 놓았다. 기부를 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약간 벗겨진 부위가 한 군데 있길래 우선은 버리는 곳에 내놓았다.
검은 뚜껑과 화려한 꽃무늬가 예뻐서 고이 모셔두었던 부츠 상자를 열어보니, 부츠 보관할때 속에 집어 넣겠다며 충전재와 플라스틱도 그대로 들어 있었다. 지난 3~4년간 이 상자에 부츠를 보관해 본 적은 없다. 그냥 신발장에 쑤셔박아뒀을 뿐. 그래서 상자도 안녕.
충전식 전기 모기채는 구입하고 한참 방치하다가 쓰려고 꺼내어 충전해보니 불량품이었다. 그러나 바꾸기도 귀찮고 버리기도 귀찮다며 3년 넘게 처박아뒀던 것이다. 우산은 학회에서 기념품으로 받아온 새것인데, 접이식 우산이 4개 정도 있어서 기부할 것으로 빼뒀다. 앞으로는 사은품이라고 넙죽넙죽 받아오지 말아야겠다.
원서로 읽겠다며 구입했던 왕좌의 게임 전권 세트. 똥종이라 불리는 갱지에 인쇄된 것이라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즐거운 책은 아니었다. 처음 석 장인가 읽었나? 그 뒤로는 책장의 예쁜 장식품이었다. 이런 류의 영어 원서는 페이퍼백보다 이북이 훨씬 보기 좋다. 편집도 깔끔하고, 이북으로 읽으면 중간에 모르는 단어를 바로바로 사전으로 찾아서 볼 수도 있다. 이 건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하고, 다시 읽고 싶어지면 이북 구입해서 읽기로...
미니멀리즘 게임 첫날 내 놓은 것 중에 가장 뿌듯한 것 3가지다. 마침 이날 아름다운 차박물관에서 구입한 티스토리 매화차를 다 마셔서 빈 통이 생겼고, 나의 애정템인 시부 시벅톤 오일을 다 발라 빈병이 되었다. 이 두 가지는 잘 마시고 잘 써서 빈 병이 나온 것이라 뿌듯하다. 우측의 유리주전자 역시 오랜 시간 잘 썼다. 몇 달 전 뚜껑이 깨졌어도 버리지 못하고 썼는데, 뚜껑도 없고, 속에 들어있는 유리망은 가는 차들을 걸러주지 못해 잘 안 쓰게 되고, 유리주전자 입구 쪽은 솔도 안 닿아서 설거지가 어려워 버리기로 했다. 이렇게 잘 쓰고 버리는 것은 행복한 비움이었다.
내일은 23개를 비울 날인데, 다용도실에 들어가보니 아주 쉽게 23개를 채울 수 있을 듯 했다. 다용도실에 예전 차에서 꺼내놓은 정체불명 쇼핑백, 쓰레기들이 수두룩해서 내일은 거침없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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