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정리하다가 느낀 점
다시 비우기(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유루리 마이의 책을 읽고 쓰레기 봉투를 꺼내 들었습니다. 처음은 간단하게 여기저기서 받은 자료, 출력물 등을 정리하고, 다음날은 간단히 화장품 사용기한이 지났는지 여부를 체크할 계획이었습니다.
피부 전체에 펴 바르는 제품들은 몸통에 사용기한이 표기된 것들이 많은데, 색조 화장품은 사용기한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언제 샀는지 기억을 더듬어야 했습니다.
마스카라 - 3개월 넘으면 버리면 됨. (올해 산 것이 아니라 바로 빠빠이)
로션, 크림, 선크림 등등 - 최대 1년 정도라고 함 (작년 여름 이전에 산 것들 빠빠이)
아이섀도, 립스틱 - 2년 정도 (얘네들은... 애정도에 따라 쉬이 정리하기 어려움 ㅠㅠ)
샘플 받았지만 안 쓰는 것, 빈 화장품 상자 등은 바로 처리
정리를 하고 보니 꽤 여러 가지가 나왔습니다.
비싼 화장품은 제 피부톤에 안 맞는거 알더라도 아까워서 한 번 써 보려고 화장품 정리할 때마다 남겨두었더니 사용기한 지난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반면 싼 화장품은 싸니까 쉽게 구입했다가 얼굴이 따갑거나 트러블이 나서 안 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안 쓰니까 두었던 화장품
우습게도 안 쓰니까 새 것과 다름없이 그냥 두고 있던 것들도 몇 개 있었습니다.
밝은 색의 아이브로우 마스카라인데 이걸로 눈썹을 그릴 수도 없고, 고정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안 쓰고 넣어뒀습니다. 화장품함에 일본산이 있어 소름이었습니다. 일본 화장품 싹 걷어냈다 생각했는데 아직 일본 것이 있었다니... 일본 화장품 방사능 문제 터지기 전일테니 산지도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아... 아직 슈에무라 하드포뮬러도 쓰고 있긴 합니다. 산 지 몇 년 되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이건 뭐지 하고 열었는데 심 발사. 오랫동안 안 쓰고 있는 것들은 단단히 굳었거나 못 쓸 상태인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매니큐어도 마찬가지 였어요. 그리고 네일은 늘 샵에 가서 받고, 집에서 직접 칠하지 않으니 전부 버려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최근 3년간 바른 적이 없었는데 향후에도 이 걸 바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체품으로 젤네일 스티커를 구입했어요. 그러니 빠빠이.
안 쓰면 버려야 하는데, 안 쓰니까 새 것과 다름없고, 새 것 같은 것을 버리려니 아까운 마음이 들어 두다가 사용기한이 지나거 자리만 차지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한 번 쓰고 안 쓰는 것들도 과감히 버렸습니다.
화장품 인생템 찾는 여정이 고스란히
화장품 정리를 하다보니 인생템을 찾아가는 여정이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웜톤의 인생 립밤이자 바르는 순간 형광등이 켜진다던 차차틴트 입니다. 하지만 웜톤도 봄웜과 갈웜이 있고 전 가을톤이라는 점을 알아야 했습니다. 립만 형광빛으로 둥둥 뜨고 브러쉬는 미치도록 간지러운 인생 똥템이었습니다. 이딴걸 4만원이나 주고 큰 걸 샀다니.... 누구를 주자니 이미 제 입술에 문지르던 솔인데 선물하기도 뭣해서 그냥 화장품 함에 오래 넣어두고 있다가 사용기한이 지난지 오래였습니다.
설령 피부에 찰떡처럼 받는 틴트라고 해도 사용기한이 있어서 오른쪽 같은 미니 사이즈가 저에겐 딱 맞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작은 사이즈가 더 비싸더라도 미니를 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의 추천이나 후기를 보고 사서 실패한 뒤, 처음에는 백화점 매장에 가서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매장의 조명 아래에서 피부톤 커버 다 해주신 상태에서는 괜찮은 것 같았으나 집에 와 발라보니 저에게는 좀 별로인 코랄핑크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봄웜톤의 피부톤 밝은 친구가 화장품 파우치 놓고왔다고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줘보니 그 친구에게 찰떡이었어요. 저는 가을웜톤이라 이런 핑쿠핑크한 립스틱은 그다지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얼마 전 맥 매장에 칠리나 루비우 사러 갔다가 또 다시 귀가 팔랑거려 핑크핑크한 색상을 집어 왔습니다. 직원분이 칠리와 루비우 적극 말리시며 고객님 피부톤에는 이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권해주셔서 샀는데 역시 안 바릅니다. ㅠㅠ
타인이 보기에 어울려 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평소 제가 안 좋아하는 색이면 어울리건 말건 잘 안 바르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잊지 말아야 할텐데....) 그리고 매장에서 보여지는 제 피부톤과 평소 제가 옷 입는 톤, 야외나 어두운 조명에서 보이는 노리끼리한 톤과는 차이가 있어서, 매장에서 찰떡이었다고 해서 그 외의 환경에서도 찰떡은 아니었습니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전 립스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립밤이나 틴트는 즐겨 쓰는데 립스틱은 사서 몇 번 안 바른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오랫동안 디올 립밤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디올 립밤 역시 온리 핑크, 오로지 핑크 라인만 있고, 레드 계열이 없습니다. 그래서 핑크로 착색되지 않는 립밤을 찾아 이 것 저 것 시도를 해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던 (정확히 말하자면 광고하는 글이 많았던) 것이 랩노 컬러 립밤이었습니다. 레드 립밤이고 가을 웜톤들도 맨 얼굴에 발라도 괜찮다는 말에 구입했는데, 흠.... 그냥 저렴한 빨간 립스틱이었습니다. 색이 안 예쁘고 발색도 별로 였어요. 립밤과 립스틱 어딘가에 있어서 덧 화장용으로 쓰기에도 난감한 립스틱이었어요. 레드립 바를 생각으로 한 화장이 아닌 경우 조화롭지 않았습니다.
랩노 립밤 사려고 여러 샵을 돌아다녔으나 오프매장에서 파는 곳을 못 찾아서 대신 샀던 메디힐 판테노 립밤은 발색이 부담스럽진 않으나 핑크핑크한데 약간 끈적여서 안 쓰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레드 립밤을 열심히 찾다가 맥 텐더토크 립밤도 핑크로 발색되는 것에 좌절하고 컬러립밤 찾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컬러 립밤을 포기하고 닥터브로너스 립밤으로 버티던 때에, 삐삐님이 지나가다 핑크로 착색되지 않는 립밤을 알려주셔서 바로 달려가 베어멜론 립밤을 구입했습니다. 제 피부톤에 찰떡이라 잘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첫번째 시도에 찰떡이라 행복할 때도 있으나, 저에게는 똥템이라 돈만 버릴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사서 써보지 않는 한 그 제품이 저에게 맞을지 아닐지 알 수가 없어서 화장품 인생템 찾는 여정이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게 딱 맞는 것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인생템을 하나 하나 찾을 때마다 너무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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