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 유현수 쉐프 한식 맛집
냉장고를 부탁해 유현수 쉐프의 두레유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연복 쉐프의 목란에 가 본 이후, 다음 장소로 두레유가 가보고 싶었으나 못 가봤던 터라, 두레유에 가게 되어 무척 신이 났습니다. 두레유 위치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옆 건물과 북촌 안국선원 건너편 예전 북촌마님 자리에 있습니다. 북촌마님일 때도 내부 현수막에 '두레'라고 쓰여 있었어서, 두레에서 북촌마님으로 운영하다 두레유로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두레유 위치도 다 찾아 놓고, 선뜻 가보지 못했던 이유는 두레유 메뉴가 코스 요리 위주이고, 가격이 좀 비쌌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가격이 저렴한 식당이 아닌 것은 확실하나, 코스요리 외에도 3만원대 식사 메뉴들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두레유 상차림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먼저 술과 음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한식당이나 테이블 셋팅은 양식 레스토랑 입니다. 편안한 쇼파 의자가 놓인 테이블이 대각선으로 놓여 있어 옆 테이블과 분리된 느낌으로 놓여있고, 자리에는 생화가 꽂혀 있었습니다. 한식당 신발 벗고 들어가는 것 싫어하는 사람도 문제없이 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자리에 식사 매트, 유기 수저 젓가락이 놓여 있고, 무릎에 얹고 먹을 수 있는 흰 수건이 한복처럼 접혀 있어 한식당이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묵무침을 먼저 가져다 주시고, 반찬을 차려주셨습니다.
백숙은 연잎에 감싸진 채로 나오는데, 지배인님이 식탁에서 바로 연잎을 잘라 백숙의 자태를 보여주셨습니다. 백숙을 커다란 접시 위에, 연잎에 감싼 채로 나오니 한국요리이면서도 서양요리 같은 느낌이었어요.
곧 이어, 누룽지도 가져다 주셨습니다. 역시 지배인님이 그릇에 담아 주셨어요. 딸림 반찬으로 백김치, 동치미가 한 그릇에 나오고, 깨소금, 양파 고추 절임, 깍두기, 낙지젓, 함초 돈나물 얹은 묵 무침이 나왔습니다. 묵 무침은 평범한 느낌이었는데, 백김치와 낙지젓이 굉장히 맛있었어요. 낙지가 아주 통통해요. 백김치도 아주 맛있고요. 양파절임은 익숙하면서도 절제된 맛이었습니다. 너무 짜거나 달지 않은 괜찮은 짱아지 였어요. 한식 반찬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곳의 반찬은 굉장히 맛있게, 싹싹 먹었습니다.
두레유 백숙을 먹으며, 백숙이 이렇게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손을 쓰지 않고 젓가락 만으로도 살이 잘 발라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닭가슴살이 많았어요. 저는 닭다리살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백숙의 다리살은 젓가락으로도 잘 떨어지고 쫄깃해서 먹을만 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백숙 뱃속에 곱게 들어가 있던 갖은 야채들이었어요. 콩알 만한 작은 감자 (감자 아닐 수도 있음, 맛은 감자였음), 표고 버섯, 무슨 풀인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맛있었던 풀 등이 좋았어요. 은행, 수삼 뿌리로 추정되는 약재 등도 좋았고요. 연잎 향은 잘은 모르겠으나, 닭 비린내가 전혀 안 나서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보아 은은히 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 콩가루 티라미스 케이크와 루이보스차를 마셨습니다. 카페인 민감증이라 티라미스에 커피가 많이 들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마스카포네 치즈 부분이 대부분이고, 커피는 있는 듯 없는 듯 한 상태였습니다. 살짝 얼려 놓았다가 코코아 가루 대신 콩가루에 묻혀 주셔서, 케이크와 푸딩의 중감 쯤 되는 독특한 맛이었어요. 카페인 적은 점은 정말 다행이었어요. (티라미슈 케이크에 커피 잔뜩 들어가는 것을 생각 못하고, 저녁에 티라미스 맛있게 먹고 새벽 내내 뜬 눈으로 있었던 적이 있어서...)
한식의 맛은 충분히 살렸으나, 입식 테이블, 와인과 곁들여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등의 양식의 특성도 잘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한식 퓨전 상태 같았어요. 외국의 고급 한식 식당에 간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야기 나누며 굉장히 기분 좋게 한 시간 반 정도 식사를 했어요. 잔잔한 음악, 좋은 음식, 좋은 분과 함께 하니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상호 두레유
위치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옆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
전화 02-3217-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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