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나주식당 생선구이 김치찌개 후기
연등회를 보러 간 날, 동대문부터 훑으며 맛집을 찾다가 닭한마리 골목 옆 생선구이 골목에 갔습니다. 줄지어 있는 허름한 가게 앞에는 연탄을 피워 생선을 굽고 있고, 이미 구워 놓은 생선이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그 중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어두컴컴, 허름한 분위기가 맛집 분위기 같았습니다. (음식 먹고는 허름한 집이 맛집일거라는 것도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지만요..)
생선구이는 8천원, 오징어 백반 8천원, 김치찌개는 7천원 이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습니다. 들어가기 전부터 한 명은 김치찌개, 한 명은 생선구이를 먹겠다고 고른 상태라 바로 주문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나주식당 음식
김치, 볶은 김치, 나물 무침, 콩나물 무침이 밑반찬으로 나왔습니다. 김치는 그냥 그랬고, 나물 무침과 콩나물 무침은 평이하고 먹을만 했습니다.
문제의 김치찌개가 먼저 나왔는데, 김치찌개를 주문한 친구는 한 숟가락 먹고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아무 맛이 안 난대요. 한 숟가락 더 먹어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졌습니다. 도저히 못 먹겠대요. 음식 안 가리는 사람이 그러는 것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갈치구이가 제법 큼직하게 나왔으니 갈치구이에 밥 먹으라고 하고,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떠 먹어보니 정말 이상했습니다. 아무 맛이 안나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의아한 맛이었습니다. 맛이 없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어떤 맛도 안 나는 밍밍한 상태였고, 뭔가 이상한 뒷맛이 났습니다. 재료가 상하기라도 한 건지 뭔지 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갈치구이와 딸려 나온 된장국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습니다. 그러나 8천원 내고 먹을만한 맛은 아니었어요. 앞에서 굽는 듯한 인상을 주나 구워 놓은지 오래 된 것을 슬쩍 데워 왔는지 생선이 약간 차갑고, 수분이 전혀 없이 퍽퍽한 상태였습니다. 주문하면 생선 바로 구워주는 집에서 먹던 그런 맛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이 갈치구이를 먹노라니 불광 연탄 생선구이집이 떠오르고, 혜화로터리 근처의 어촌도 떠올랐습니다. 동대문에서 혜화로터리가 그리 멀지 않은데 그 집 갈 걸 하는 후회까지 들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둘 다 이 집에 처음 와 보는 거였고, 누가 고집한 것이 아니라 진옥화 할매 닭한마리집 앞에 있길래 그냥 들어와 본거라 덜 곤혹스러웠습니다. 만약 추천해서 데려 왔는데 맛이 이랬으면 굉장히 미안할 뻔 했어요.
맛없는 집 후유증, 맛집 찾아 삼만리
먹으면서도 "이거 먹고 광장시장 가서 빈대떡이랑 육전 먹자", "나 김치찌개 정말 먹고 싶었는데 너무 우울하니까 김치찌개 다시 먹을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바로 광장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데, 주말에 연등회까지 겹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사람 열기에 음식 열기가 더해져 너무 후덥지근했어요. 김치찌개 집은 안 보이고, 빈대떡 집은 사람이 미어터져, 우선 빈대떡을 포장했습니다.
김치찌개 집을 찾아 다니다가, 깔끔한 김치찌개 체인점을 발견해서 들어 갔습니다. 엄청 맛있는 김치찌개는 아니었어도 앞서 먹은 김치찌개 때문에 버린 입맛을 헹구기에는 괜찮은 집이었대요. 2인분 주문은 하고, 사장님께 빈대떡 포장해 온 것을 먹어도 되는지 여쭤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옆에서 빈대떡을 먹으며 사라졌던 입맛을 되찾았습니다.
어딘가 갈 때, 그냥 들어가 봐도 되는데 매번 맛집 검색하는 것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는데, 다시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맛집을 찾는 것도 중요한데, 맛없는 집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색은 해야겠어요. 느무느무 맛없는 집이 걸리면 엄청나게 우울해집니다.
빈대떡 먹고, 멀쩡한 김치찌개를 먹고 나오니 다시금 세상이 괜찮게 보였습니다. 주차되어 있는 차 중에 알자지라 방송 차량을 보고 한국에도 알자지라 방송 분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신기해서 사진 한 장 찍어 두었습니다.
상호 나주식당
위치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진옥화 할매집 건너편
전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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