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외식 : 서촌 따빠스 구르메, 밥집으로 착각하면 난감해지는 스페인 술집
서촌 타파스에 갔습니다. 연말 만찬을 즐기러 갔으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 곳이 밥집이 아니라 술집이라는 매우 으마으마하게 중요한 정보입니다. 우리도 고급 술집에서 안주 시켜서 배 채우려고 하면 가격은 비싸고 양은 적어 난감해지듯, 이 곳에서도 배불리 식사를 하려고 하면 아주 난감해 집니다. 가격은 비싸고 양은 아주 아주 아주 적거든요.
다음의 사진은 모두 제가 너무 잘 사진을 찍은 것들이고, 실제 크기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의 2분의 1 혹은 4분의 1 정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타파스구르메 비싼 가격에 동공지진
어렵게 예약을 하여 6시에 가서 7시 반 이전에 나오기로 하고 갔더니, 자리에 셋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까지도 밥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메뉴판을 보기 전까지....
서촌 타파스구르메 메뉴는 안주 중심입니다. (당연했던 겁니다. tapas가 스페인 술안주를 말하는데, 즉 가게 이름이 "술안주 맛집" 정도 되는거였어요...) 식사가 될만한 빠에야와 스프 등 3개 정도를 골랐더니 직원이 알려주셨습니다. 양이 매우 적어서 2명이 4~5개를 먹기 때문에 네 명이 먹기에는 부족할거라 더 주문하라고요. 그러나 메뉴가 하나 당 3만원 꼴인데, 1인 2메뉴 정도는 주문해야 될거라고 하니, 회비 걷는 상황에서 주문하기가 난감했습니다. 1인당 4~5만원이면 코스요리나 기타 대안이 너무 많으니까요.
상황파악이 안돼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코스를 짜 주셨습니다. 저희가 주문하려던 메뉴 중에 겹치는 스타일을 빼고 토마토빵, 관자 샐러드, 스테이크, 스프, 빠에야 순으로 드시면 괜찮을 것 같다고 권해주셔서 그렇게 주문했습니다.
4명이 한 입씩 먹으면 끝나는 양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제가 사진을 너무 잘 찍은 겁니다. 사진에서 느껴지듯 크기의 2분의 1, 4분의 1 정도의 크기에요.)
판 콘 토마테. 토마토와 올리브유 곁들인 구운 빵 입니다. 5천원.
이름 그대로 입니다. 생 토마토 간 것과 올리브유를 발라놓은 것이에요. 작은 바게트 반쪽 짜리를 한 마디 크기 정도로 잘라 놓은 겁니다. 서비스로 줬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할 법한 메뉴 입니다.
관자구이를 곁들인 그린빈스 샐러드 2만원.
4명인데 관자 4개가 나와 관자 하나, 브로컬리 조각 하나 집어먹고 그린빈스 한 스푼 먹었더니 없었어요. 다이어터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메뉴들이 어쩜 이리 새모이만큼씩인지.. 근데 전 다이어터가 아니라 새모이에 불만이었습니다. 전 맛있고 양 많은걸 원해요.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인 돼지 목살 스테이크 27,000원
담배갑 4개 정도 쌓으면 이 크기일 듯 한 앙증맞은 그릇에 나옵니다. 얇게 썬 감자 2조각인가 3조각이 바닥에 깔려있고, 위에 돼지고기 몇 점이 얹혀져 있어요. 각각 하나씩 집어들고 나니 두 점 남아서 콩 한쪽 나눠먹듯이 반씩 나눠 먹었습니다. 총 고기 6점 정도 있나봐요. 계속 양이 굉장히 적으니까, 서로 눈치보면서 바닥을 긁어먹는 모양빠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곳을 추천해준 아리미는 좌불안석이고, 배고픈 이들은 긁을 것도 없는 바닥에 방황하는 포크를 어찌할 바 모르며 말이 없었습니다.
모시조개와 왕새우로 만든 깔끔하고 따뜻한 스튜 3만원
설마... 스튜는... 넉넉하려니 기대했는데, 제가 사진을 잘 찍어서 전골처럼 보일 뿐 이거 국그릇보다 작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가 사진을 잘 찍은거에요. 스튜가 국그릇 만하고, 옆의 빵조각 준 것은 앞접시로 쓸만한 쬐그만 접시에요. 제가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사진만 보면 푸짐해 보이지만, 현실은 쬐그만 앞접시에 한 국자씩 떠서 조개 하나, 새우 하나씩 먹고 나서 숟가락 빨고 있었습니다. 양이 너무 적으니까 눈치보여서 서로 먹지를 못해요. 벌써 4번째 메뉴를 먹고 있으나, 간에 기별도 안 갑니다.
맛은 집에서 자주 해먹던 토마토스프와 비슷했어요. 토마토를 좋아해서 토마토와 야채, 해물 있는 것 몰아넣고 스프를 끓여 먹곤 하는데 비슷해요.
치킨 빠에야 35,000원
역시 그릇 크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에서 빠에야 먹을 때는 피자 라지 사이즈는 넘을만큼 큼직한 후라이팬에 나와서 네 명이 먹고도 배불렀거든요. 한국에서 스페인 맛집에 갔을 때도 빠에야는 푸짐한 요리였어요. 그런데 이 곳의 빠에야는 피자 M 사이즈 (왜 요즘에 나오는 혼자 먹어도 충분한 깜쯱이 사이즈 피자 있죠..?) 정도로 깜쯱한 후라이팬에다가 닭갈비 볶아먹고 남은 국물에 밥 볶아 준 것마냥 바닥에 납작 달라붙어 있습니다. 공기밥 하나 정도 눌러서 핀 느낌이었어요. 한 마디로 얘도 양이 너무너무 작아요. 맛은 쏘쏘. 벌써 다섯 개째 먹고 있으면 배가 어느 정도 불러야 되는데, 허기가 지니까 맛이고 뭐고 느낄 여력이 없습니다. 좀 화가 나요. 배고파서...
네 명이서 이렇게 다섯개 먹으면 어느 정도는 되실거라며 추천해주신 사장님께도 괜히 쏘아보게 되고, 더 시켜봤자 3만원짜리 시켜도 눈꼽만큼 나올것이 뻔해 주문하기도 뭣 했습니다.
배고플때 가면 안 되는 집, 와인이나 샹그리아 한 잔하며 기분낼 때 갈만한 곳
4명이 12만원 어치를 먹었으나, 뭘 먹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맛은 있으나, 밥을 먹으러 가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제일 불편한 점은 양이 너무 적으니까 서로 눈치보고 못 먹는 것이었습니다. 한 숟가락씩 뜨고 나면 한 숟가락 정도 남거든요. 그러면 눈치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식 하나당 한 숟가락 정도 분량이라 한 입 맛보는 셈이라 배가 고픕니다. 그런데 한 숟가락씩 덜고 한 숟가락 정도 남아 있으니 네 명 중 누구도 먹지를 못 했어요. 서로 네가 먹으라며 배고파도 배 안 고픈척 하는 엄마 마음으로 배려하다보니, 다들 배고프고 계속 한 숟가락씩 남아있어서 마지막에 누군가 눈치보며 쪼금씩 먹고.... 음식 양이 너무 적어서 서로 배려하느라 눈치봐야 한다는 것이 아주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가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양이 아주 적어서 절대 배 부르지 않고, 이국적 정취를 살짝 느낄 수 있습니다. 밥 먹고 배부른 상태에서 샹그리아에 안주 하나 정도 혹은 와인에 안주 간단히 먹으러 가는 데이트코스로 괜찮은 곳 입니다. 분위기는 좋고, 사장님이 기품 있으셔서 맛집에 온 느낌은 듭니다.
서촌 따빠스구르메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와인 한 병 드시거나 샹그리아 한 잔 마시면서 안주로 드신 분들은 만족도가 높고, 저처럼 식사로 먹은 사람들은 $@&$*^( 이렇습니다. 술집인데 밥 먹으러 간 제가 잘못한 거겠죠...
타파스 뜻 & 스페인 타파스 가격
다른 것으로 배를 채우고 집에 올 무렵에서야, 예전에 스페인 여행갈 때 여행책에서 본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습니다. 타파스가 에피타이저랄까, 안주 같은거였던 거 같거든요. 기억이 흐릿한데 작은 접시를 의미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쬐그만 접시에 간단히 두 세점씩 파는거 였던 것 같습니다. (이 기억이 따빠스구르메 가기 전에 났어야 하는데.....ㅠㅠ) 기억이 흐릿해서 스페인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타파스는 에스파냐 전채요리,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구르메 또는 고메라고 하는 말의 뜻은 식도락가 미식가라고 합니다.
제 기억에는 스페인 음식 가격이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편이었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날씨에 풍성한 해산물을 아낌없이 주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2017년 12월말 - 1월) 스페인에 여행간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타파스 한 접시에 2~3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양도 그리 적지 않아 스페인 여행이 행복하다며 자랑질을 덧붙였습니다.
서촌 타파스구르메는 양만 원래 스페인 타파스처럼 쪼금이고, 가격은 전혀 안 닮은 듯 합니다. 어차피 음식 가격과 양의 책정은 사장님 재량이고, 저는 안 가면 되는거니까요.
상호 따빠스 구르메 TAPAS
위치 서촌 통인 커피공방 근처 (서울 종로구 통인동 137-9)
전화 02-6014-2369
메뉴 스페인 술안주
- 효자베이커리 & 효자카페, 빵 사서 건너편 카페에서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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