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추 선생님 본인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 보헤미안 카페

진짜 박이추 보헤미안 본점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습니다. 박이추 선생님 본인이 직접 내려주시는 드립커피를 마셨어요. 박이추 보헤미안 카페로 유명한 그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 저의 소원 목록 중 하나였거든요. 그 꿈이 이루어져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박이추 선생님의 커피를 마시는 데는 몇 가지 함정이 있었습니다. 첫째, 강릉 보헤미안 커피공장이 아닌 보헤미안 카페에 계신다는 것, 둘째, 어렵사리 박이추 선생님이 계시는 위치를 확인했다해도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 입니다. 목금토일만 카페를 하시고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 (참고: 박이추 선생님 커피 내리시는 시간)


먼저 박이추 선생님이 계시는 곳은 홍질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 입니다. 그냥 강릉 보헤미안 커피를 검색하면 강릉에 있는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이 나옵니다. 보통 제일 크고 유명한 카페에 창업주가 있기 때문에 거기 계실 것 같으나, 그 곳에는 박이추 선생님이 안 계십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계신 곳은 강릉 숲속의 작은 카페로 그냥 '보헤미안 카페'라고 나옵니다. 지도에 따라 보헤미안 영진, 보헤미안카페 경포대점이라고도 나옵니다. 이름에 박이추가 들어가든 아니든, 보헤미안 커피든 보헤미안 카페든 그것에 헷갈리지 않고, 주소를 정확히 확인해서 찾아갔습니다. 강릉시 연곡면 홍질목길 55-11.

다음으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월, 화, 수에 찾아가면 허탕이고, 당연히 저녁에도 하실거라고 생각하고 가도 안 됩니다. 목 금 토 일 9시부터 4시 정도까지 밖에 안 하십니다. 요일마다 시간도 달라 정확히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어느 목요일에 강릉에서 학회가 있어 드디어 이 곳을 찾아 갔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


근처에 다다르니 나무나 울창한 숲길이 나왔습니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네비가 우회전을 하라고 합니다. 두리번 거리니 앞에 낡은 간판이 있습니다.


보헤미안 카페 간판


비 내리는 흐린 날에, 낡고 눈에 안 띄는 간판에 화살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길이 없어 보이는 아래에 뭔가 있긴 한가 봅니다. 전혀 찻길같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덜컹대며 우회전을 해보니 보헤미안 카페가 나타났습니다.


보헤미안 카페 본점


드디어 이 곳에 왔다니! 감격에 벅차 올랐습니다. 비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려오느라 조금 피곤했던 것이 잊혀졌습니다.


보헤미안 카페 입구


입구에는 세월이 느껴지는 박이추 보헤미안 우편함, 유리장 안의 커피들이 있습니다.


박이추 본점 영업시간


박이추 본점 영업시간이 그 사이 바뀌었나 봅니다. 지금은 목, 금은 9시~4시, 토, 일은 8시~5시 입니다. (예전엔 8시~3시 였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벅찬 가슴으로 찾아와 허무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시간을 꼭 확인하고 와야겠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니 이미 카페에는 두 팀의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9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입구 옆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려고 서성대니, 자리로 안내해 주시고 메뉴판을 주셨습니다. 참 많은 종류의 커피들이 있어 결정장애가 왔습니다. 평소 제일 좋아하는 맛을 설명드리고 추천을 받아 주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카페 안에 박이추 선생님은 보이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ㅠㅠ


이제 더 이상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지 않나 봅니다. 아니면 운 나쁘게 오늘만 자리를 비우셨거나요. 울적하지만 처음 시작하셨던 이 곳에 와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주문 후 가게를 둘러보니 카운터 옆에 보이는 커피원두 종류만도 20여개가 넘습니다.


보헤미안 카페 내부


카페 내부는 깔끔하고 예쁩니다. 인물은 찍지 말아달라는 안내가 있어, 일하시는 쪽은 찍지 않았습니다.

커피 원두를 옮기시고 물을 끓이시는 듯 했는데, 그 때 문 안에서 박이추 선생님이 나오셨습니다. 알고 보니 저 문은 로스팅실 입구였습니다. 지금도 직접 로스팅을 하고 계신가 봅니다. 박이추 선생님은 쓰윽 카운터 안 쪽으로 들어가시더니 제 커피를 내려주셨습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안 계신 줄 알고 실망했다가, 커피물이 끓은 뒤 선생님이 나타나 커피를 내려주시는 것을 보니 가슴이 뛰며 설렜습니다. 박이추 선생님을 실제로 본 것이 너무 감격스러워 사진을 찍어 놓고 싶었으나, 인물 사진 찍지 말라고 하셨으니 꾹 참고 뒷모습만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커피가 제 앞에 왔습니다.


드립커피


한 모금 들어오는 매끄러운 감촉, 향기, 맛. 다 좋습니다. 이 상황과 이 커피가 그냥 너무 막 좋았습니다. 게다가 숲속에 있는 듯한 이 카페에서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강릉 풀밭과 바다


저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 바로 옆도 좋은데, 바다가 보일거라고 기대치 않은 숲속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와 풍경이 좋았습니다. 이슬비 내리는 날 강릉에 와서 (올 때는 장대비 ㅠㅠ) 박이추 선생님의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고, 가곡을 듣고 있으니 천국이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창문과 빈 커피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 저는 하지 않았어야 할 짓을 했습니다. 커피를 더 주문했어요. 카페인 민감증이라 하루 커피 한 잔도 아슬아슬하거든요. 두 잔이면 미친 심장박동, 속쓰림 등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 시간 이후에 얼마나 아플지 몰라도 천국을 조금 더 누리고 싶었습니다. 한 잔을 더 주문했습니다. 이 곳에 앉아 가곡과 바다와 황홀한 시간을 좀 더 누리고 싶었는데, 학회 시작 시간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테이크아웃을 부탁드렸습니다. 이 황홀한 맛을 다른 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어 몇 잔 더 테이크 아웃을 했습니다.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것은 4가지 종류 밖에 없어 다양한 커피 중에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 맛이 좋을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하며 오늘 만날 수 없는 분은 커피를 보온병에 담은 후에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해서 전해드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저에게나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리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소원성취이고 감격적일 뿐 어제 내린 커피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 생각은 접고 커피 원두를 샀습니다. 원두는 조금 전에 로스팅실에서 나와 카운터 옆 병에 담긴 것이었고, 원두 종류가 20가지가 넘어 원두 고르는데도 상당한 결정장애를 겪었습니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내리는 시간, 원두를 담아주시는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사이 유튜버로 추정되는 분이 카페에 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곳곳을 찍더니 박이추 선생님께 인터뷰를 요청해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가서 "저 블로거에요"라는 소리를 안 하는데, 처음으로 그러고 싶었습니다. "저 엄청 유명한 블로거인데 박이추 선생님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라고 허세를 부려서라도 박이추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 역시 보온병 아이디어처럼 마음에만 담아두기로 했습니다.


이러는 사이 드디어 커피가 나왔습니다. 저희가 "커피 담는 캐리어가 없어서요......" 라며 직원 분이 수줍게 홍삼석류 박스 뚜껑에 커피를 담아 주셨습니다.


상자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


홍삼 석류 상자에 테이크아웃 커피. 정겹습니다.

아마도 이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테이블에서 박이추 선생님의 커피를 즐기고, 갈 때 자신이 마실 커피를 한 잔 더 사가는 정도라 굳이 캐리어를 비치하실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가 한 방울도 넘치지 않도록 구비구비길을 아주 조심조심 운전해서 돌아갔습니다.


이 중 한 잔은 제 거 였는데, 예상했듯 커피 두 잔 마시고 기분은 황홀하지만 속은 편치 않았습니다. 결국 저녁 호텔 뷔페도 마다했습니다. 그래도 후회가 안 되는 행복한 커피였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가 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습니다.



상호 보헤미안카페 경포대점

위치 강원 강릉시 연곡면 홍질목길 55-11 (차 없이 갈 수 없음)

전화 033-662-5365

주차 주차장 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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