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광릉숲 초입에 봉선사가 있습니다. 주로 광릉숲길 드라이브, 근처 맛집을 가며 지나치기만 했던 곳인데 우연히 들러보니 멋진 사찰이었습니다. 한문으로 적힌 거대한 돌도 있지만, 일주문에 '운악산 봉선사'라는 한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1970년대 봉선사를 재건한 운허 스님이 일주문과 대웅전에 한글 현판을 거셨다고 합니다.

봉선사 연꽃
4월 14일에 왔을 때는 연꽃이 있는 못이 무서웠습니다. 까맣고 깊은 물 위로 죽은 연들이 둥둥 떠 있었거든요. 그런데 5월 마지막 날에 오니 어느새 연잎이 가득 덮여 있습니다.

벌써 핀 연꽃도 있습니다.

봉선사 카페 봉향각
이 날은 큰 법당에 가기에 앞서, 카페인 봉향각부터 들렀습니다. 봉선사 카페인 봉향각의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너른 연못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벚꽃 시즌에 오면, 봉향각 바로 옆 나무들이 다 벚꽃이라 벚꽃 아래에서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음료를 사지 않아도 편히 앉아서 쉴 수 있습니다.

이 날은 식혜와 연팥빵을 샀습니다. 식혜는 그리 달지 않으면서 맛있고, 연팥빵은 연잎 향이 나면서 팥이 가득 차 있고 많이 달지는 않아 좋았습니다.

봉선사 법당과 미륵불상
대웅전을 '큰 법당'이라고 합니다. 옆에 붙어 있는 글귀도 모두 한글입니다. 그러나 한글임에도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봉선사의 모든 곳이 이렇게 한글 현판인가 하고 둘러보니, 큰 법당 바로 옆 관음전만 해도 흔히 보이는 한문 현판입니다.

잠시 법당 안에서 명상을 하고 나와 유유자적 발 닿는대로 걸었습니다. 곳곳에 여러 불상, 염주, 돌 등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절은 '함께 만드는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무엇을 올려 놓고 간다고 '누가 이곳에 멋대로 올려놓고 갔어?' 라며 치우기 보다 그냥 두고, 누군가 불상을 올려두고 가면 그 또한 그러려니 하시나 봅니다.

봉선사 미륵불상은 거대해서 멀리 연못, 카페 봉향각에서도 잘 보입니다. (그래서 다가가 본 적이 없었어요. 절이 커서 발 아프다는 핑계를 대 봅니다.) 이 날은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저 공간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도록 슬리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봉선사 연못
돌아 나와 연못에 앉아 있는데 불상 위에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턱수염처럼 하얀 수염이 있는 큰 새입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왜가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 봉선사 범종각 법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려는 때, 어디선가 웅장한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왔을 때도 저녁 6시에 오니 주차장 입구부터 북소리가 들려 홀린 듯 범종각으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스님들께서 번갈아 가면 거대한 북을 치십니다. 그리고 이후에 종을 울리시기도 하고요. (범종각에 다가가보니, 봉선사 동종이 국보 지정이 되었다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스님들이 북을 치시는 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찾아보니 저 거대한 북을 '법고(法鼓)'라고 하고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는 북이라고 합니다. '법고를 울린다'라고 표현하며, 세상 모든 축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녁 예불 전에 치시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새벽과 저녁, 하루 두 번 종과 북을 치는 사찰의 정식 의식을 '도량석'이나 '종송(鐘誦)' 등과 함께 '범종각 의식'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저녁 예불 전에 거대한 북(법고)과 범종, 목어, 운판 등 네 가지 악기(사물, 四物)를 차례로 치는데, 이때 법고를 치는 모습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는 '법고무(法鼓舞)'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양손에 북채를 짓고 화려하고 리드미컬하게 북을 치는 모습이 마치 춤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법고를 울리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소리, 리듬, 그리고 스님들의 소매자락의 움직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어요.
스님들의 법고를 울리시는 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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