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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터미널 가는길, 시간이 멈춘 낡은 고속터미널 후기

· 댓글개 · 라라윈

어른이 유락 일기 : 상봉터미널 가는길, 시간이 멈춘 낡은 고속터미널 후기

상봉터미널 위치는 상봉역 근처가 아니라 망우역 근처 입니다. 상봉역에서 내릴 경우 하아아안참 걸어야 하고, 망우역에서 내리면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망우역에서 상봉터미널 가는길

상봉터미널에서 전주가는 고속버스는 아침 8시 차라 (차도 몇 대 없어서 놓치면 고속터미널역 가야함) 새벽부터 서둘렀습니다. 망우역 앞쪽에는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들이 많아, 상봉터미널에도 프랜차이즈 커피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있을 줄 알고 그냥 상봉터미널로 갔습니다. (실수였습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상봉터미널 가는 길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사 가야 합니다. 터미널 안에 커피숍없어요)


상봉터미널 가는길


화려한 건물들을 지나면, 낡은 상봉터미널이 보입니다. 터미널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어 세월을 느끼게 합니다. 사거리에서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터미널 건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난감한 상봉터미널 입구 & 황량한 낡은 터미널

입구에 들어서서 당황했습니다. 여기 터미널 맞나요?

자동차 학원인지 자동차 판매점 입구인 것 같고 도무지 터미널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들이 입구에 쭈욱 늘어서있고 뭔가를 내리고 싣고 있어서, 혹시 제가 남의 회사에 잘못 들어간 것은 아닌지 눈치가 보였습니다. 쭈볏대며 안으로 들어서서 두리번대다가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컴컴한 입구가 보였습니다. 컴컴한 계단을 내려가니, 역시나 컴컴한 벽에 "어서오십시요! 상봉터미널입니다." 라고 써 있습니다.


상봉터미널 가는길


매표소와 대합실이 오른쪽이라는 화살표를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마음을 놓으며 안으로 갔습니다.


상봉터미널 후기


.........휑............

커피숍이니 프랜차이즈니 하는 그런거 하나도 없고, 오래된, 아주 오오오오오오오래된 촌스런 터미널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20여년 전에 대전 버스 터미널에서 느꼈던 기분이 데자뷰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 가면 대전 버스터미널도 엄청 좋아졌겠죠?

일찍 도착해서 카페라떼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획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상봉터미널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사서 타실 계획이었으면 망우역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사 오세요. 상봉터미널에는 아무 것도 엄써요. 내 커피....ㅠㅠ


상봉터미널 후기


그냥 차에 타려던 순간, 자그맣고 무언가 잔뜩 쌓여있는 매점의 사장님이 김밥 사가라며 부르셨습니다. 그냥 지나쳤다가 물은 필요할 것 같아, 물을 사러 되돌아 갔습니다.


"아가씨, 김밥도 사가세요." 라고 하셔서 (아가씨라고 하셔서 기분 좋아져서........)

"고속버스에서 음식 먹어도 돼요?"라고 여쭤보니

"그럼요! 오징어 드시는 분도 있는데요, 뭐." 라시길래 김밥도 한 줄 샀습니다.


상봉터미널 후기


상봉터미널 탑승구는 두 개 입니다. 강원도 쪽으로 가는 출구와 충청 전라도 쪽으로 가는 출구 입니다. 속초, 여주, 원통, 양평, 홍천, 원주에 가나 봅니다. 강릉은 가려진 것을 보니 안 가나봐요. 아마도 저 '원통'이 수 많은 남자분들의 추억이 서린 그 곳인 듯 합니다.

충청 전라 라인은 청주 대전 전주 광주만 갑니다.



발전한 고속버스 큐알코드 & 좌석 확인 시스템

처음 와보는 상봉터미널은 시간이 멈춘듯 너무 낡아서 놀랐고, 오랜만에 타보는 고속버스는 발전해서 놀랐습니다.


고속버스 큐알코드


고속버스를 탈 때 예매한 큐알코드를 찍고 타는 것도 문화충격이었는데, 큐알코드를 찍음과 동시에 예약된 좌석의 손님이 왔는지 안 왔는지 색이 바뀌며 표시가 됩니다. 출발할 때는 표를 샀지만 오지 않은 승객이 있다고 기다려주지는 않습니다. 손님 좌석과 탑승여부가 한 눈에 보이니 휴게소에서 인원 확인할 때 유용해 보였습니다.


고속버스 김밥


고속버스에서 김밥을 먹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아침부터 차가운 김밥을 먹으니 속이 편치 않고, 다른 승객에게도 민폐일 뿐 아니라 저부터 슬슬 올라오는 김밥 냄새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기차에서 김밥이나 햄버거 먹었던 추억이랑 혼동했던 것 같습니다. 고속버스에서는 소화 잘 안 되는 음식을 먹으면 차량 진동 때문에 체하기 쉽다는 것을 깜빡했어요. (김밥 먹고 체기 있어서 종일 고생했어요...)


또 다른 점은 애초에 상봉터미널에서 전주가는 고속버스를 탄 것이 아주 나쁜 아이디어 였습니다. 남양주에서 상봉역이 가까워 상봉터미널로 가는 것이 괜찮아 보였으나, 상봉터미널부터 길 엄청 막히는 강변북로와 올림픽 대로 등에서 기어가니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고속버스 타고 서울 시내에만 1시간 반 가량 있었어요. 고속버스는 원래 정시 도착을 담보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나, 예상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해 제가 계획한 아름다운 일정이 촉박해졌습니다.


돌아올때는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로 왔고, 이후에는 고속버스 탈 일 있으면 고속터미널로 갑니다. 상봉역에서 7호선 갈아타면 고속터미널역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고속터미널에서는 바로 고속도로에 올라타기 때문에 서울에서만 1시간 넘게 버스에 갇혀있는 끔찍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추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의 추억의 장소라는 상봉터미널을 한 번 경험해 본 것으로 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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