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외식 일기 : 석촌호수 멘야하나비,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일본 소바 맛집
잠실 석촌호수 맛집 멘야 하나비에 갔습니다. 평일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꽤 길었습니다. 바깥에 포장마차처럼 비닐 천막을 둘러 놓은 곳에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적는 것 없이 온 순서대로 들어가는 것인데, "다음 손님"하면 알아서 다음 손님이 들어갔습니다. 새치기하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가게 바깥 대기가 끝인 줄 알았지? 안에도 대기석이...
드디어 저희 차례가 되어 안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에 앉는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메뉴를 주문합니다. 메뉴판이 일본어를 그대로 한글로 적어놓은 것이라 좀 어렵습니다. 일본 여행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와 봤으니 가장 기본 메뉴를 주문하고, 안 쪽 대기석에 앉았습니다. 사진 왼쪽의 디긋자(ㄷ) 형태 쇼파에 앉아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테이블로 갈 때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보통은 카운터석 있고, 작게라도 테이블을 놓을 법한 공간이 널직한 대기석 입니다. 이 곳은 테이블석은 없고 카운터석만 있었습니다. 바깥의 포장마차 안에서 한참, 안에 들어와서 입구쪽에서부터 시작해 이쪽에 오기까지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여가며 한참 기다렸는데, 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거려서인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설명하기 어려운 나고야 마제소바 맛
카운터석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물, 물컵, 나무 젓가락, 수저, 양념장, 깍두기, 다시마 식초, 머리 긴 고객을 위한 고무줄까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래 쪽에 가방을 놓을 수 있는 선반도 있고, 핸드폰 충전기도 아이폰용과 안드로이드용 두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가방 걸어놓고, 두툼한 겨울 외투 벗어놓고, 물 한 잔 따르고 한 숨 돌리면 바로 음식이 나옵니다. 대기시간이 워낙 긴 탓에, 미리 앞쪽 직원이 "지금 면 넣으세요. 지금 몇 번 주문까지 면 넣으세요." 라면서 조리 속도를 조절해 두기 때문에 음식이 바로 나왔습니다.
멘야하나비의 기본 메뉴인 나고야 마제소바 입니다. 이름도 복잡했는데, 나고야 지방의 비빔국수라는 뜻인가 봅니다.
파 듬뿍, 옆은 마늘쫑인지 파인지 잘 모르겠고, 다진 마늘, 다시멸치가루, 김가루, 다진 고기가 듬뿍 얹어져 있고, 위에 계란 노른자가 얹어져 나옵니다. 아래에 면이 깔려 있어요.
비벼 봅니다. 맛이 아주 묘합니다. 초반에는 다시가루 때문에 라면스프를 비벼 먹는 느낌이 듭니다. 우동 면에 라면스프 뿌려서 비벼 먹는 느낌이 들다가, 좀 더 먹다보면 노른자가 고소한 듯 하다가 뭔지 모르게 매콤합니다. 그리고 짭조롬 합니다. 술 좋아하면 맥주 한 잔과 함께 하면 좋을만큼 매콤 짭조롬하면서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낯선 맛이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꾸 젓가락이 가는 맛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먹다가 다시마 식초를 뿌려서 먹어보라길래 다시마 식초를 뿌려 먹으니 완전히 다른 맛이었습니다. 매콤 짭조롬한 맛이 물릴 때 쯤 식초 뿌려서 상큼하게 먹으니 술술 들어갑니다. 마무리로 밥이 무료라 밥 한 숟가락을 비벼 먹었더니 간도 맞고 괜찮았습니다. 밥 달라고 하면 정말 딱 두 숟가락 정도 분량을 줍니다. 사람 보고 맞춰서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두 숟가락 주셨는데도 비벼서 먹다보니 배가 불러서 남겼어요.
고기, 야채, 면, 계란까지 어우러져 영양가도 있어 보이고, 전혀 안 매울 것 같지만 끝맛이 매콤하고 짭조롬한 것이 중독성있습니다. 근처에 있다면 한번씩 생각날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일본 비빔국수를 먹어봤다는 점, 맛있었다는 점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상호 멘야 하나비
위치 석촌호수 근처 (서울 송파구 송파동 57)
전화 070-8959-1108 (오는 순서대로 줄서는 방식이라 예약은 안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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